신의 손으로 장비를 살려내다.

신의 손으로 장비를 살려내다4-코플라흐 이중화 이너부츠 수리기.

텔레마크 오씨 2012. 3. 21. 14:54

 1999년 지구 멸망을 극복하고 합격한 임용고사. 합격 소식을 듣고 단번에 종로장비점으로 가서 구입한 코플라흐 이중화.

 

(지금 생각하면 바보짓 했는데..그해 겨울은 통풍으로 목발 짚고 다녀 산에도 못 가고 고이 모셔두다가 샤모니 장비점에 가서 봤더니 한국 가격의 1/2...외국 물정을 모르는 탓이라 여기자.)

 

통풍을 앓고 있었기에 일단 큰 사이즈로 샀고, 2000년 여름 첫 알프스 등반(?-또는 유람)때부터 잘 써왔다.

 

플라스틱이지만 정말 편한 신발이어서 12년동안 잘 썼는데 고마운 만큼 관리를 잘 했어야 하지만 물기도 안 말리고 보관하는 바람에

사진과 같이 이너부츠가 다 삭아버렸다. 내피의 발목부분은 녹아내리고..이를 어쩌나...

 

 

 

혹시나 해서 스키 이너부츠를 구해 끼어봤으나 스키 이너부츠는 발목이 너무 높아 외피랑 따로 논다. 안 되겠네.

 

그러던 차에 생각난 이곳!!! 슈마스터!!

 

먼저 홈피 문의사항 게시판에 사진을 올리고 질문을 해 보았다.

그 뒤 다시 전화를 하여 사진을 보셨냐고 물어보고 가격을 물어보니 4만원.

뭐 10만원을 불러도 수리가 가능하다면 신고 싶었으니 가격에 불만은 없다(고 하면 거짓말..)

 

일주일여 시간이 흐르고 택배로 받아본 신발. 생각보다 깨끗하진 않군.

내피 안쪽이 녹아내리는 건 우레탄이 가수분해 되어서 어쩔 수 없단다. 새로 천을 덧대는 건 못한다고 남은 기간 동안 깨끗이 쓰는 수밖에.

 

 

 

고무창을 덧대어 수리를 해 왔다.

 

 

안쪽에는 새롭게 창을 대 주셨다.

 

스키부츠에 비해 빙벽화는 좀 험하게 관리를 했던 걸 반성한다. 걷는 동안 땀도 많이 흘렸는데도 내피를 빼서 말리지도 않았고 겨울 끝나면 다음 겨울까지 처박아 둔 적은 한 두 번인가..

 

내 젊은 날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신발. 물론 사물의 수명이 다 정해져 있어 얼마나 갈지. 다음번에는 수리가 될지 기약도 못 하지만 이번 일을 거울삼아 신문지도 잘 채워놓고 관리를 잘 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