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세상 잡다한 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일 사이다를 사러 가는 형제 (0) | 2016.11.11 |
---|---|
[스크랩] [광복 70주년 기획 - 7대 폐습 이제 결별하자]독재 정권의 `국가=나` 집단세뇌.. 개인·노동·인권은 뒷전이었다 (0) | 2015.08.20 |
[스크랩] "쏘지마세요"..또다른 시리아 소녀 `가슴 울리다` (0) | 2015.04.06 |
[스크랩] 빚 내서 집 사지 말고 돈 아껴 저축해야 산다 (0) | 2015.03.02 |
[스크랩] 만화로 보는 역사 - 주홍글씨 (0) | 2014.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