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에덴벨리- 왜 이곳이 '에덴'인지...
2010년 1월 23일 양산 에덴벨리에 갔다 왔다. 애초의 목적지는 무주였으나 처가집(경남 김해)에 5시간 운전해서 온지 얼마나 된다고 그 먼 길을 또 운전해서 가려 하냐고 해서 조금이라도 가까운 에덴벨리에 가는게 어떠냐는 처가 형님 말씀에 그러마 하고 조카 둘 챙겨서 다녀온 게 그 시작이었다.
같은 경남이고 부산에서는 지하철타고 간다는 스키장 이야기를 들어서 가깝기는 가깝겠다 했건만...물리적인 거리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길은 부산 외곽에서도 아주 악명 높은 교통 채증 지역이다. 거의 1시간여를 길에 서 있다가 김해(진영)에서 양산 경남외고 앞에 도착한게 2시간..아직 스키장 입구도 멀었다.
외고 앞서부터 늘어선 스키 렌탈샵들. 나도 많은 스키장 다녀보지만 이런 샵들의 위치는 보다보다 처음이다. 인구 밀도가 높다고 해야하나? 약 100m 간격도 아닌 100m안으로 스키장의 모든 샵이 다 모여 있다. 당연히 그곳으로 들어가려는 차, 빠지려는 차, 길에 대놓은 차로 인해 곡예운전 및 교통 트래픽 유발...그 광경을 보고 정말 기도 안찬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물론 토요일 오후라는 것도 있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다. 인터넷 초기 화면에 떠 있는 샵이라 찾아갔더니 차는 대놓지도 못하겠다. 장비 고를 여유 없다. 주는 대로 빨리 빠져 나오는게 상책이다.
리프트권...정말 이거 할 말을 잊게 만든다. 아마 대한민국 스키장에서 가장 비싼 리프트권이 어디냐고 물으신다면 1위:곤지암. 2위:양산일 것이다. 그러나!! 가격대비 불만족도 그러면 1위가 양산 따라갈 곳 없다는 거에 내 월급 전부를 걸 수 있다. 곤지암은 비싼 값이라도 하니까. 할인도 15%를 안 넘는 것 같다.
장비...1일도 아니고 반일에 15.000원 대여료라..그 바쁜 틈을 타서 나에게 2만원이라고 계산서 써준 렌탈샵. 사람 잘못 봤다. 바로 항의 들어가니 그제서야 실수란다. 이게 정말 실수이길 바란다. 아마 어리버리 동네 스키 타러 다니는 지역분들 아마 덤탱이 잘 쓰셨을 것 같다.
어린 조카애들 앞에서 화도 못 내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밥 먹고 느긋하게 올라가자고 밥을 먹고 6:30에 스키장을 향해 출발. 샵들을 지나니 점점 고바위가 나온다. 왕복 2차선. 추월따위는 없다. 걍 등산이다. 차가 굉음을 낸다. 내 차는 강원도 밥먹듯이 왔다갔다 하는 차라 이런 길은 익숙할 법 같기도 한데 이 길은 좀 아니다. 도대체 스키장이 어디에 붙어 있길래 이리 산으로 간단 말인가? 약 20분을 언덕길로만 가니 불빛이 보인다. 이 산꼭데기에 스키장이? 영남알프스가 큰 산인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꼭데기에 무슨 슬로프가 있을까?하는 의문 끝에...
산 정상까지 차가 올라선다. 그리고 놀라운 풍경. 찻길 옆으로 슬로프 정상이 보인다. 여기서 보인다의 의미는 멀리가 아니라 바로 옆에 보인다는 의미이다. 보통의 스키장은 차를 타고 올라가면 그 주차장이 베이스이다. 그러나! 이 스키장은 차를 타고 산을 넘어가야 베이스가 나오는 것이다.!!결국 우리가 온 오르막은 아직 반만 왔단 이야기. 앞으로 온 만큼 내려가야 한다. 그래야 주차장이다.
어렵게 주차장에 차를 대고 리프트권을 받아(샵에서 나왔다는데 에쿠우스탄 걸 보니 돈 어떻게 벌었는지 짐작이 간다) 슬로프로 나간다.
리프트 3기. ...대충 규모는 짐작 가시리라. 뭐 이건 기대도 안했다. 그러나 베이스에 펼처진 놀라운 풍경..사람의 바다..온 경남 사람들 다 이곳으로 집합했나보다. 헛웃음밖에 안 나온다. 주말에 온 내 잘못이다.
그나마 '상급자'리프트에 사람이 적어보여 조카애들을 꼬셔서 데리고 갔다. 그나마 경남에서 추운 동네라 눈은 좋은 편이다. 요령껏 리프트를 타고 '상급자'에 내리니...자~상급자 코스를 보여줘! 어디에?? 이게 상급자면 양지의 챔피언은 블랙다이아몬드 코스정도 될 것이며 용평 레인보우는 신들이나 타는 곳이겠다. 짜증이 팍 밀려온다. 거기에 바람이 너무 심하여 제설하는 눈은 전부 하늘로 날아가버리고 빙판만이 남아 있다. 폭은 왜 이리 좁나? 아마 양지 아베크 3/2정도 폭? 이것도 상급이라고 사람 없는 걸 위안으로 삼는다. 그나마 상급자 길이는 턴 몇번이면 끝나고 초보자 베이스와 합친다. 여기부터 리프트 타는 곳까지는 인간 기문을 피해가야 한다. 정말 스키 접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보기에 꽤 길어보이는 슬로프가 있어 애들 데리고 가 본다. 만만한 경사에 길다고 다 이쪽으로 모인다. 뭐라 할 수도 없어 그냥 타고 내려가 보는데 완전 자갈밭. 정설(비클질)은 언제 했는지 모르겠다. 스키 망가지는 건 둘째치고 넘어지면 대형사고 나겠다 싶어 다시 안 가기로 한다.
온갖 짜증을 억누르고 집으로 오는 길. 아까 같은 고바위를 올라 정상에 섰다. 이게 웬 코메디람? 제설기에서 뿌린 눈이 슬로프에서 다 날아와 산꼭데기의 도로가에 다 쌓인다. 허허~제발 생각좀 하고 살자. 내려 가는 길....정신 잠깐 딴 데 팔면 죽기 딱 좋은 길이다. 내려오면서 생각한다. 내가 다시 이 양산 에덴벨리에 발을 디디면 개 아들이다...
에덴벨리..니들 그렇게 장사하지 마라. 양심 있으면 리프트 반값으로 깎든지. 아니면 슬로프에 눈이라도 다 뿌리고 영업해라. 슬로프에 반만 눈 뿌리고 반은 맨땅으로 남겨둘꺼면 아까운 산은 왜 파해친거냐. 하긴 그래도 영업은 되더라. 리프트 탈 때 보니 이 딱한 스키장에도 시즌권 끊어 타는 걸 보고 혀를 찼다. 조카애 말 마따나 '(눈 좋아하는 사람에게는)저주받은 땅'에 사는 죄 아니겠나.